2025년 8월 26일 화요일

도현의 만화 연출법




여러분은 여러분이 그리는 이야기를 가장 깊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 기법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이를 더욱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의미 있는 정보를 보다 잘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연출자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를 그리다 보면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는 화려한 기술은 잠시 멀리하고 기본으로 돌아갑니다.

상황을 설정하고 무엇을 중요하게 다루고 싶은지 다시 고민하며 

거기에 알맞은 숏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이 과정에서 당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인지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니 거짓 없이 진심을 다해 고민하고 선택하세요.

이 선택의 결실이 작가로서의 개성이자 무기가 될 것입니다.




대중적인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여러분이 평소 좋아하던 주제를 잡는 것을 추천합니다.

왜냐하면 연재라는 건 시간이 갈수록 처음 의지와는 달리 의욕이 떨어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나마 연재를 할 수 있게 하는 동력원 중 하나가 

자신이 좋아하는 소재를 다룬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운지를 생각해 보세요.

그것에 대해 쓰면 됩니다.




만화를 그릴 때 네모 칸 안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는 생각 대신에 

당신의 카메라로 어떤 대상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카메라 앵글 안에서 "무엇을 보여 줄지" 선택한다는 인식을 가지면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판단하여 다양한 장면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카메라를 쥔 연출자는 당신이며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지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독자들이 무엇을 지금 보고 무엇을 나중에 보기를 바라시나요?

독자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나요?

그 모든 것을 당신이 주도할 수 있습니다.

설계자는 당신이며, 연출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연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이야기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화려한 기법만이 좋은 연출이라는 강박에 빠져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만화는 컷 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각각의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조합되어서 이야기를 표현합니다.

즉, 만화 연출이란 장면들을 조합해 맥락을 만드는 일입니다.

(중략) 여러분이 작가로서 만화를 그린다면 읽어 내는 것을 넘어서 

맥락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사건이 먼저냐 인물이 먼저냐를 두고 대치하곤 하지만 

(중략) 이야기에서 사건과 인물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각각 한 면씩 차지한 하나의 동전과 같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사건과 사건을 겪는 

인물의 성격에서 나오는 반응이라는 양면을 가진 동전입니다.




좋은 이야기의 특징 중 하나는 장르나 캐릭터에 상관없이 

우리 인생의 어느 한 부분과 겹치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명심 또 명심하세요.

여러분이 어떤 기똥찬 방법을 통해서 하루아침에 고수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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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웹툰 작가이자 포스타입(postype)이라는 사이트에서 블로거로 활동하는 

"도현"이라는 분이 쓴 책으로서 카메라, 캐릭터, 시공간, 가독성 등 

만화 연출법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작법서다.


2024년 초에 스토리텔링 공부를 위해 책을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됐고 
2025년 8월이 돼서야 완독 했는데 대부분의 내용이 너무 유익해서 
아주 재미있게 읽은 작법서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출판 만화 형식의 작법서라서 그런지 글 위주로 된 

다른 작법서들보다는 좀 더 편하게 읽기도 했다.

(만화 작법서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스콧 맥클라우드(Scott McCloud)의 

"만화의 이해" 느낌이 아주 약간 들기도 했다.;;;)


책은 읽은 후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출판 만화 형태로 제작된 작법서이기에 작화 퀄리티가 아쉬웠다.

내용 전달이 우선이기에 한편으론 이해가 되지만 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작화 컷이 많아서 내용과 작화 퀄리티의 밸런스가 맞지 않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건 아쉬웠다기보다는 조금 의아했던 부분인데 

p.092 "몽타주 이론"에서 음식을 보고 무표정한 인물에 관해 설명할 때 

나는 "이 인물이 배가 안 고프구나."라고 생각했다.;;;


제목이 "만화 연출법"이라서 출판 만화 연출이 주된 내용일 것 같지만 
웹툰 작가 지망생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 무척 많기에 

웹툰 작가 지망생들도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다만 컷 연출 부분은 출판 만화를 기준으로 주로 설명하기에 

웹툰 컷 연출을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는 다른 책을 찾아보길 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