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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5일 금요일

대체 불가능한 디자이너 되기




디자이너는 꾸준히 공부하고 발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툴만 다룬다고 디자이너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신입, 경력 모두 해당하며 끊임없는 발전 과정이 없다면 당연히 회사로서는 고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중략) 본인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지금 당장 어떻게 실력을 키울 수 있을까, 

좋은 디자인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를 생각하고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프로들의 세계에서 "성실하다", "노력을 많이 한다"는 경쟁력이 아닙니다.

열심히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은 없습니다.

프리랜서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성실과 노력은 기본입니다.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강점을 경쟁력 삼아야 하고, 그 강점에 대한 설득력이 충분해야 합니다.

그래서 프리랜서도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직종, 어떤 직업이든 워라밸을 내려놓아야 성장이 빠릅니다.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은 없으며 아무것도 안 하고 편하게 사는 방법 또한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무조건 워라밸을 추구하며 물경력을 걱정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사실 할 말이 많지 않습니다.

성장을 원한다면 역량을 쌓기 위한 실행을 하면 됩니다.

(중략) 내 시간을 투자한다면 어떤 것이든 발전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중략) 퇴근 시간이 지나고 따로 내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신입, 경력을 불문하고 도태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냉정하며 무서울 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남들과 명확하게 다른 차별점이 없다면 잠재 고객은 나에게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무기가 있어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냥 디자이너 56번 정도가 되는 것입니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비유를 해보자면 큰 옷 가게에서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며 

구석에 걸려있는 특색 없고 평범한 옷 정도와 다를 게 없습니다.




나는 어떤 디자이너이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나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등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쌓아나가는 

과정이 없다면 그 누구도 "나"라는 디자이너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나의 디자인, 디자인에 대한 나의 생각, 

잠재 고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 등의 내용을 계속하여 쌓아나가야 합니다.

느낌과 신뢰감을 심어주려면 브랜딩 활동과 역량이 필수입니다.

매력 없는 디자이너에게 의뢰를 하는 클라이언트는 없기 때문입니다.




신입 디자이너는 실력을 키울 수 있는 회사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연봉 수준은 괜찮지만, 단순 반복 업무를 주로 하고 

쳐내기에만 급급한 회사라면 밀도 높은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을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일을 많이 쳐내는 것에 급급한 퀄리티 낮은 작업으로 

끝없는 야근에 시달리다가 물경력이 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공장형 디자인 회사에 해당합니다.

비슷한 템플릿을 가지고 디자인을 약간씩 바꿔서 제안하는 것을 반복하는 회사입니다.

우선순위가 아무리 연봉에 있다고 하더라도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는 피해야 합니다.

다만 성장을 원하는 분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연봉은 낮아도 괜찮다는 말은 아닙니다.

(중략) 성장하고 싶다 하더라도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인데 

성장을 위한 열정이라는 이유로 나의 가치가 너무 낮게 책정되는 일은 슬픈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초보 디자이너들에게 있어 경험하지 못하면 알기 힘든 점은 

바로 디자인에는 논리력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근거 있고 설득할 수 있는 디자인, 팔리는 디자인을 만들어내거나 

사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해 주는 디자인 등 일반적인 상업 디자이너에게는 

아티스트적 재능과 감각보다 논리적으로 근거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무엇을 해도 흐지부지됩니다.

회사에 다니려면 큰 금액의 할부를 하라는 농담 같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목표가 생기게 되니 회사가 힘들어도 다닐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회사뿐만 아니라 "성장"이라는 목표가 있다면, 하고 싶다는 것을 넘어 

갈망하는 수준이 되어야 아무리 힘들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습니다.




높은 가치에는 높은 가격이 따릅니다.

그리고 그 가격에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퀄리티가 그 근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퀄리티가 충분하다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를 고민하는 것보다 

정확한 근거를 통해 "어떻게 더 높은 단가의 의뢰를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나의 디자인 결과물 퀄리티는 이 정도입니다. 비싸다고 생각하시면 

다른 디자이너에게 의뢰하세요."라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는 대로 일하고 금액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아마추어가 하는 일입니다.




발전 없이 3년, 5년 전과 같은 단가의 

디자인만 하게 된다면 프리랜서를 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개인으로 일하는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브랜딩 과정은 필요 없다는 생각보다는 

발전하고 확장하여 회사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지, 미래에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등의 프리랜서에서 나아가 

브랜드로서 의도한 대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비전과 미션, 핵심 가치를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확장하며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디자인에 "완벽하다"란 말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디자이너가 완벽한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타인이 추구하는 "완벽"이라는 시선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것에서 "완벽"이라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는 것이 좋습니다.

계획하고, 성장하고, 일을 하는 모든 과정에서 완벽주의자는 

완벽함이라는 것을 만들어낼 수 없으므로 결국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멈추는 순간 도태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혼자 일을 하는 특성 탓에 새로운 경험보다는 

타성에 젖은 채로 하던 대로만 일을 계속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맞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럽고 그만두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이왕 하기로 한 것이고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한 번 더 다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힘들고 어렵고 불확실성이 고통스럽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고이고 멈추면 안 됩니다.

끊임없이 성장해야 치열한 프리랜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지금 한 번 더 마음을 다잡으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디자인만 잘한다고 프리랜서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디자인 의뢰를 받고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 분야의 디자인 전문성과 실력, 잘 정돈된 포트폴리오, 퍼스널 브랜드 등의 여부, 

개인 채널의 활성화 정도 또는 플랫폼 내부의 노출도, 

고객을 설득하는 세일즈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 상황 대처 능력, 

디자이너 개인의 체계 등이 모두 필요한 직업입니다.

안 그래도 악명 높은 디자이너의 업무 강도가 훨씬 높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합니다.

모든 것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내가 감수해야 하므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해야 합니다.

추가 의뢰가 들어오지 않는 것도 내 책임이며,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돈을 떼이는 일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책임도 내 것입니다.

무리해서 건강 악화가 발생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내 책임입니다.

선택했다면 각오해야 합니다.




어떤 분야든 초심을 잃는 순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우리가 디자인을 업으로 할 때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초심을 잃으면 타성에 젖습니다.

하던 것만 하고 새로운 것은 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초심을 잃고 디자인에 대한 애정이 사그라들면 주위 사람들도 금세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디자인에 열정과 흥미를 잃은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로서 매력이 없습니다.

(중략) 실력이 어떠하든 열정이 넘치는 사람은 그 하나만으로 멋지지만, 

열정을 잃어버린 그저 그런 사람은 매력이 없습니다.

지금 회의감이 든다면 내가 디자인을 시작할 때 왜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는지, 

디자인은 왜 좋았었는지,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었는지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디자인을 그만할 생각이 아니라면 다시금 돌아보고 초심을 되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때 디자인 툴을 능숙하게 다루기만 하면 큰 어려움 없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오퍼레이터들은, 이제 끊임없이 발전하는 

새로운 서비스들로 인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단순한 작업자를 넘어 창의적인 기획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며, 

자신을 브랜딩하고, 마케팅하며, 세일즈 능력까지 길러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때때로 벅차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성장하고 단단해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는 것입니다.

작은 성공과 성취를 소중히 여기며, 실패에서 배움을 얻는 자세로 계속 성장해 나간다면, 

분명 언젠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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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現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오완원"이라는 분이 쓴 책으로서 

디자이너와 회사, 성장하는 디자이너, 일 잘하는 디자이너, 디자이너 마인드셋, 프리랜서 디자이너, 

이렇게 다섯 가지 주제를 통해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마인드와 역량을 키우는 법 등을 알려주는 책이다.

마치 디자이너 지망생 또는 신입 디자이너를 위한 자기개발서 느낌의 책이랄까.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앞서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았기에 이 책을 지금 읽을지 말지 상당히 망설였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디자인 관련 책들을 그동안 여러 권 읽기도 해서 나중에 읽을까 했는데 

흐트러진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최근에 읽게 되었다.

저자가 어려운 환경에서 디자인 업무를 여러 번 하셔서 그런지 

공감되는 내용이 많고 유익해서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인상 깊었던 내용들 중 하나를 뽑자면 p.069의 "장비가 노후화된 회사 이야기"에서 

(회사 내) 대부분의 자리에 설치된 컴퓨터와 모니터가 

노후화되었으면 되도록 입사를 피하라는 등 공감되는 내용이 상당히 많았다.

나도 과거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를 했던 경험이 몇 번 있었다.

그래서 이후 면접을 볼 때마다 면접관에게 "회사 컴퓨터 사양이 어떻게 되는지?"와 같은 질문을 꼭 했었다.

면접에 가게 되면 사무실의 환경은 눈으로 얼추 볼 수는 있지만 

컴퓨터 사양이나 설치된 프로그램 등은 면접관이 설명해 주지 않는 이상 

지원자로서는 자세히 알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양 관련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질문을 하면 불쾌한 표정을 하는 면접관들을 몇 번 봤고, 이후에는 예상대로(?) 탈락을.;;;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p.152에 "넵무새"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뜻을 알게 되었다는.;;;

몇 년 안 된 신조어인데 나처럼 뜻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기에 

책 하단에 주석으로 설명을 넣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넵무새"란 '넵'과 '앵무새'의 합성어로, 모든 대답을 '넵'으로 반복하는 직장인을 이르는 말이다.)

대체 신조어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게 되는 걸까?-가 늘 궁금한 1인.;;;


오랜만에 디자인 관련 책을 읽어서 매우 좋았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이 책은 디자이너 지망생(학생)보다는 

"회사"에서 최소 1년은 일한 신입 디자이너에게 추천하고 싶다.

직장인 디자이너로 살아봤다면 공감할 만한 내용이 많다고 느꼈기에.



2025년 11월 7일 금요일

쓴맛이 사는 맛




나는 비틀비틀하며 살아온 인생이다. 또 비겁하게도 살아왔다.

어디 내놓을 게 없는 사람이다. 내가 뭘 이룬 게 있다면 그건 나 혼자서 한 게 아니다.

여럿이서 다 같이 함께 한 것이다.

내 주변에 마치 자신이 몸뚱이인 것처럼 행세한 사람이 더러 있었는데 그건 오만이다.

혹시라도 나를 영웅처럼 묘사하는 건 절대로 안 될 일이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 손사래를 친다.

난 누군가를 도운 적이 없다. 도움이란 남의 일을 할 때 쓰는 말이다.

난 그저 내 몫의, 내 일을 했다.

설령 다른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 해도 나까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일이다.

왜냐하면 그건 내가 썩는 길이기 때문이다.

내 일인데 남을 위해 했다고 하면 위선이 된다.

그래서 난 신문과 인터뷰하면서도 절대로 자선사업가니, 

독지가니 하는 표현은 쓰지 말 것을 약속하고 인터뷰에 응한다.




당하고도 안 "달겨드는" 사람들은 싫다.

옳지 않으면 거부하고 저항할 줄 아는 국민이어야만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를 지킬 수 있다.

민주주의는 부당한 권력, 부당한 명령에 불복하는 데서 출발한다.

불의에 대해 입을 다물면 공범이 된다.

민중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일이고 내 책임이라는 자세로 떨쳐 일어나야 한다.




나는 좌우명 같은 것들을 없애려고 노력해 왔다.

이유는 하나다. 모두 "분칠"같아서다.

지식이라는 것, 뭘 안다는 것 또한 삶을 분칠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명언이나 좌우명 같은 것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농약, 화학비료 같은 것이 되고 만다.

사람은 순박하게 살아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소박함, 순박함 같은 것을 모두 날려버린다.

나는 그런 것들을 철저히 거부하며 살아왔다.

내 인생에 교훈이나 좌우명 같은 것은 없다.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중략) 모든 "옳다"는 소리에는 반드시 잘못이 있다.




철학도인 (채현국)선생은 우리 철학교육의 현실을 질타했다.

"철학도 외워서 가르치는 나라"라고 했다.

깨우치고 사유하기보다 책 몇백 권 읽는 것으로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는 현실 때문이다.

껍데기 지식으로 남을 가르치려 들고 군림하려 드는 것은 왕조 정치, 군사문화의 잔재라고 했다.

연장선상에서 유명인이 남긴 한마디나 화두 같은 걸 

앞세우는 것은 자신의 얼굴에 분칠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화려한 언사(言辭)는 말하자면 우상(偶像)과도 같다.

그 뒤에 숨어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독선과 아집에 빠지지 말고, 

분칠하지 않은 날것의 순박함 그대로를 간직하고 살아가자는 얘기이리라.




값진 인생은 최고가 되는 게 아니라 꿈을 이루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가 "살아 있음"의 증거요, 살아온 가치의 징표가 된다.

결국 인생의 우선순위는 높이가 아니라 순서다.

무엇을 내 인생의 제1순위에 둘 것인가.

제1순위가 정해지면 나머지는 뒤따라 절로 정해지는 법이다.

아니, 나머지는 전부 공동 2위가 된다.

(채현국)선생처럼 "살아 있음"이 1순위라면 세상살이는 매양 한가롭고 여유롭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전부 2순위이니 급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삶을 사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살면 분명 행복하기는 할 것 같다.




갑자기 죽으면 편하긴 한데 나한테 미안한 일이다.

기껏 살게 해줬더니 삶을 우습게 안다고 하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자신의 상태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오래 사는 것은 싫다.

그런 삶은 진실하지 못하다. 자신에게 실례가 되도록 너무 오래 살면 안 된다.

형이 자살한 이후 줄곧 죽음을 생각해 왔으나 난 이제 죽음이 두렵지는 않다.

죽음을 불안과 공포라고들 표현하기도 하던데, 사실 사는 것 자체가 불안과 공포 아닌가?

열심히 살아온 사람에게 죽음은 휴식이다.




덜 유명해야 한다. 유명하면 자유롭게 살 수 없다.




가난한 자의 특권은 의지밖에 없다.




세상이 살만하다는 말은 세상을 살아낼 용기와 꿈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다.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거다. 그대로 두는 쪽이 오히려 그 사람 삶에 낫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다 어른은 아니다. 나잇값을 해야 어른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폭력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든 사람은 아무 때나 내키는 대로 마구 행동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얼마간 실수를 해도 어른이니까, 노인이니까 이해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 사람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하는 얘기니까 그냥 들어!" 하는 식이다.

거기에 한마디 말대꾸라도 하면 "어디 어른한테!" 하는 식이다.

나이로 모든 것을 제압하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없는 노인들이 사는 사회인 것만 같다.




자기 껍질부터 못 깨는 사람은 또 그런 늙은이가 된다.

저 사람들 욕할 게 아니라 저 사람들이 저 꼴밖에 될 수 없었던걸, 

바로 너희 자리에서 너희가 생각 안 하면 저렇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봐주지 마라.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




돈 버는 비결은 약간의 상상력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집니다.

나눠 먹기를 잘해야 합니다. 구멍가게도 마찬가집니다.




(채현국)선생은 나아가 돈벌이가 "중독"을 넘어 "신앙"이 돼버렸다고 지적한다.

중독이라면 그게 나쁜 것이라고 의식이라도 하지만, 

신앙이 되어버리면 비판력을 잃어 맹목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돈벌이가 신앙이 되면 권력과 명예도 신앙이 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맞는 얘기다.

돈벌이라고 하면 지식이나 육체는 물론 영혼마저 사정없이 내다 파는 세상이 됐다.

돈 앞에 신념과 지조를 판 지식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좋은 벗이 되는 데 꼭 긴 세월이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골동품은 골동품이어서 좋지만, 새것은 새것이어서 좋지 않나.




오늘날 예술가는 먼저 지식인이 되어야 한다.

인문학적인 교양을 쌓고 어학 교육을 많이 받아서 내외적인 통풍이 되도록 해야 한다




미술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

철학적이지 못한 미술가는 그림쟁이, 옛말로 환쟁이일 따름이다.




적게 쓰고 가난하게 살고 발전이란 소리에 속지 말고, 훨씬 더 소박하게 살라.




공부를 하지 않으면 내가 썩는다. 공부를 하면 썩어도 덜 썩는다.

공부를 하면 남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만을 위한 공부는 나를 썩게 하고 그런 공부는 회의(懷疑)와 자신감의 상실을 가져와 나를 망하게 한다.

호기심을 갖고 활발하게 공부하면 열정이 생긴다.

그런 공부감을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아첨 능력을 키워주는 공부는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자기 궤멸적(潰滅的)"인 공부는 자칫 나 자신을 죽일 수도 있다.




요즘 어디서나 "소통"을 강조한다.

여야 간에도, 세대 간에도, 노사 간에도 소통이 중요하다고들 얘기한다.

그러나 정작 그들 간 소통은 원만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다들 제 입장에서 제 얘기만 하기 때문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제 얘기만 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제 주장만 한다.

세대 간, 노사 간에도 마찬가지다.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다 보니 접점(接點)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상대방 처지에서 얘기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심지어 상대방을 배려하면 진다고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다.

물론 개인의 탓만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늘 남을 이겨야 한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이제는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진짜로 살아남아 능력을 인정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사정과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성숙함과 미덕을 갖추기를 소망한다.




몇몇 노인들은 일당을 받고 시위에 참여하며 

여러 잡음을 만들기도 하는데, 노년의 삶이 그래선 안 된다.

모든 어린이가 제대로 훈육되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듯 

노인들은 존경받고 보살핌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노인들 스스로도 존경받기 힘든 행동들로 젊은 세대와 불화한다.

아름답게 늙는 것은 노인들의 권리이자 의무다.




늙고도 추하지 않은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늙은 사람은 젊은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

어떻게 하더라도 그건 그냥 젊은이들을 흉내 내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추하게 늙지 않으려 발버둥 칠 게 아니라 노년의 특장점을 찾아야 한다.

노년에는 노년의 멋과 아름다움이 있다.

흰머리나 자연스러운 주름 등이 완숙미의 표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지난날에 대해서는 자기 합리화 대신 자기 고백이 어울린다.

그것이 젊은이들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길이다.

그렇게 되면 노년의 삶이 추하지 않다.




우리 시대에 진정한 어른이 없다고들 한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우리 사회에 "자신의 경험을 

후대에 전승하고 조언을 주고, 참조할 만한" 어른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 없이 잔소리와 설교를 

일삼는 "꼰대"에게 사회적 존경이 따라올 수는 없다.

그러나 굴종과 타협을 강요하던 시대에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고, 

질곡의 시대에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또한 현실이다.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 식민지 35년도 지냈다. 동족상잔의 6·25도 겪었다.

이승만·박정희 군사독재도 지내왔다.

지금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다 한들 그때만 하겠는가.

자본주의의 병폐는 절대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극한의 사회 갈등 역시 절대 한순간에 봉합되지 않는다.

지나온 삶이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도 타 죽지 않고 살아왔다.

우리의 삶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펄펄 끓는 용광로도 견뎌내는 그 뭔가가 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본다. 세상을 비관하면 매사 앞이 깜깜하다.

총체적으로 보면 세상은 차차 나아지고 있다.

그 속에 희망이 있고, 거기서 행복이 샘솟고 있는 것이다.




(채현국)선생의 삶을 짚어보고 기록하면서 선생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다.

선생은 사업가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중에도 

민주화 운동가와 불우한 벗들을 남몰래 도와주었고, 

탄광 사고 피해자들에게는 계열사를 전부 팔아 보상해 주었으며 

사학재단을 운영하면서는 교육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시대의 어른"으로서 존경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와 가치가 있는 분이다.

관념과 자기 계발로서의 "조언"과 "충고"가 아닌 직접 몸으로 겪고 증명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어른의 진심 어린 가르침을 듣고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필자로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독자들과 이 소중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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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업가이자 효암학원의 이사장이었던 故 채현국(1935~2021) 님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써 장르는 에세이인데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을 집필한 사람은 채현국 님이 아닌 "정운현"이라는 분이 썼는데 

채현국 님이 자서전이나 평전 쓰는 것을 극구 싫어하셔서 

구술(口述)과 기록의 형태로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보통 에세이는 저자 본인이 직접 집필하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독특하게 느꼈다.


우선은 채현국 님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은 아래 인터뷰 기사와 소개 글을 읽어주시길 바란다.

(아래 한겨레 인터뷰에 실린 내용 대부분이 책에도 수록되어 있기에 인터뷰는 안 읽어도 무방하지만, 

이 책이 나오게 된 동기가 된 인터뷰이므로 되도록 책을 읽기 전에 인터뷰부터 먼저 읽어보길 권장한다.)



[2014년 1월 3일자 한겨레 인터뷰 기사]

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8266.html



[채현국 소개]

채현국은 1935년 사업가 채기엽의 아들로 태어났다.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방송국(KBS의 전신) 공채 1기 연출직에 입사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일이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둔 후 아버지의 탄광 운영을 돕게 된다.

그 뒤로 사업은 승승장구, 한때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 2위를 기록할 정도로 거부가 되었다.

그러나 1973년, 홀연히 직원들에게 재산을 모두 분배하고 사업을 정리했다.

"돈 쓰는 재미"보다 몇천 배 강한 "돈 버는 재미"에 빠져 돈 버는 것이, 

권력이, 명예가, 신앙이 되어버리기 전에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뒤에서는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핍박받는 

민주화 인사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활동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1988년부터 효암학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해 효암고등학교와 

개운중학교를 뒤에서 돌보며 교육자의 삶을 살고 있다.

자신을 내세우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정체되고 부패하는 것을 

경계하며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위해선 거침없이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도 80 노구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여러 강연에 참석하고 있다.

좌충우돌, 종횡무진한 선생의 강연은 역사, 정치 예술, 철학까지 아우르며 청중들을 압도한다.

파격적이고 철학적이고 가식 없는 선생을 "거리의 철학자"로 부르는 까닭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관찰, 2부는 전언(傳言), 3부 자전(自傳)의 형식으로 

1부는 채현국 님의 신념과 철학을, 2부는 채현국 님이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마지막 3부는 채현국 님의 인생사와 몇몇 지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채현국 님의 인생사를 먼저 알고 싶다면 3부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위에 언급한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수년 전에 읽고 참 감명받았었는데 

최근에 이 인터뷰 기사를 다시 읽어보다가 이분과 관련한 책이 혹시 있나 해서 찾아보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래서 이번에 한번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고 느낀 소감은 전반적으로 흥미롭고 유익했다.

이 책을 통해 채현국이라는 훌륭한 "어른"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었고 

주옥같은 말씀들도 많아서 아주 인상 깊었다.

그리고 책을 집필한 정운현 님의 생각이 담긴 여러 가지 내용도 참 좋았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채현국 님 본인이 직접 집필한 책이 아니라서 그런지 

예상보다 채현국 님의 구술(口述) 분량이 적게 느껴졌다는 점.

채현국 님 구술 분량보다 책을 집필한 정운현 님의 생각과 느낌 등을 담은 내용들이 훨씬 많았다.

그리고 인생사를 책 뒷부분인 3부에 수록했는데 책 초반부에 인생사를 넣은 책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책 구성이 약간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또 백낙청, 리영희, 남재희, 이우환 등 여러 유명 인물이 채현국 님의 지인으로 나오고 

그분들과 엮인 에피소드들이 있는데 나는 다 모르는 분들이라 온전히 와닿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와 채현국 님과는 거의 두 세대 차이가 나서 그런 듯 싶다. 세대 차이!?)

마지막으로 아쉬운 부분은 아니지만 이 책이 2015년 2월에 출판된 책이기에 

책이 출판된 당시 시대 상황이 어떠했는지 기억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기가 조금 더 수월할 것이다.


"어른"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은 이 책을 읽어보길 권장한다.

("어른 김장하"라는 제목으로 된 다큐멘터리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