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8일 수요일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무 가지 플롯




작가가 되기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면 

이미 경험한 사람들의 작업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중략) 많이 읽어야 패턴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어느 부분에서 플롯을 고치고 다듬어야 할지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독자나 관객이 기대하는 플롯이 무엇이고 

받아들이지 않는 플롯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해결할 문제가 있거나 주장하는 바가 있거나 혹은 작가가 생각하는 식으로 

세상이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면 작품이 아닌 논문을 쓰는 게 옳다.

이야기하는 데 흥미를 느끼고, 이웃을 사로잡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 

복잡한 세상에서 발견되는 삶의 모순을 말하고 싶다면 작품을 써라.




글이나 작품에서는 운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이야기의 어느 대목에서건 어떤 일이 벌어지는 이유가 항상 입증되어야 한다.

독자는 작품에서 이유가 없는 대목을 참지 못한다.

작가는 절대로 신이 아니다.




작가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긍지를 지니고 있다면 

그러나 이제는 신의 지위를 버릴 때가 됐다.

작가는 신이 아니라 노예다.

작가는 등장인물과 이야기의 전제에 묶인 노예다.

작가의 지위를 가장 적절하게 나타내는 말이 있다면 그것은 신이라기보다 심판자다.




등장인물로 하여금 작가가 원하는 바를 말하게 한다면 프로파간다를 쓰고 있는 것이며, 

등장인물이 원하는 바를 말하게 한다면 작품을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개개인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작품은 작가에게는 치료적 효과도 있고 마음에 품던 적대감을 사라지게도 하지만, 

그것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작품의 목적이 될 수 없다.

작품의 목적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있는 것이지 

작가의 개인적 문제를 풀어헤치거나 보상받으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 많은 작가들은 마음속에 작품의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있다.

그들은 목적지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정확하게는 모른다고 해도 

최소한 갈 방향 정도는 알고 창작을 시작한다.

(중략) 작가가 방향에 관한 생각도 없이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결국 목적 없이 헤매고 다니는 형국이 될 것이다.




창작에는 그 어떤 보장도 있을 수 없다.

(중략) 작가가 가고 있는 방향이 옳다 하는 확답은 결코 받을 수 없다.

(중략) 글쓰기는 작가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과 꼬임 등으로 점철된 과정이며 

작가는 이런 발견의 과정에 놀라게 되고 바로 거기에 창작의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작품 속에 들어 있는 사건의 배열이 곧 플롯이다.

플롯은 사건과 사건을 결합시킴으로써 원인과 결과를 생성해 내며, 

한 사건의 결과는 또 다른 사건을 발생시킨다.

이야기는 플롯을 지녀야만 결말에 도달하므로 

즉 사건을 일어나게 해주는 장치가 바로 플롯인 것이다.




플롯은 작가의 아이디어가 채택하는 형식이다.

글을 쓸 때는 형식을 가꾸고 내용을 채워라.

무엇을 쓰든지 어떻게 쓰든지 플롯의 노예는 되지 말아야 한다.

작가는 플롯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플롯이 작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플롯이 작가를 돕게 하라.




플롯은 작가의 나침반이다.

작가는 작품을 끌고 가려는 방향에 대해 분명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플롯의 진행 방향과 무관한 내용을 쓰고 있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

작가는 자신에게 "이 장면(또는 대화, 묘사)은 나의 플롯에 정말 기여하는가?"라고 물어봐야 한다.

(중략) 허구의 작품은 일상생활보다 훨씬 더 경제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인생에는 아무것이나 다 허용되지만, 작품에는 항상 선택이 필요하다.

작품의 모든 것은 작가의 의도와 연관이 있어야 한다.

그 나머지는 아무리 잘 쓴 대목이라고 하더라도 잘라내야 한다.




작가들은 직관적으로 구조를 잘 파악하거나 

플롯 속 인간의 역동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각자가 만든 형식과 씨름하며 균형을 잡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고, 

자신의 글을 보면서 "이게 과연 옳은 건가"하고 반문한다.

플롯을 만들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방법을 택할지는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필자에게는 이 책이 복음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할 책임이 있다.

이 책은 그저 주요 플롯들의 공통적인 요소들을 정리한 안내서일 뿐이다.

각각의 플롯에서 근거가 되는 규칙들을 위반하더라도 크게 방해받을 것은 없다.

플롯은 과정이지 대상이 아니란 말을 명심하라.

작가 스스로 플롯을 꾸며내라.

플롯은 끊임없이 변하는 공작용 점토와도 같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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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태생의 작가 "로널드 B. 토비아스"라는 분이 쓴 책으로서 

소설, 영화, 연극, 만화 등등 스토리를 짜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스무 가지 유형의 플롯(plot)을 제시한 책이다.

원제는 20 Master Plots (And How to Build Them)이다.

(*플롯(영어: plot)은 소설, 영화 등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일련의 사건(series of events) 또는 사건의 논리적인 패턴과 배치를 의미한다.)

책은 미국에서 1993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1997년에 번역본이 출간되었다.

이후 개정판이 2007년에 나왔는데 나는 개정판을 읽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스토리텔링 작법서인 "스토리, 꼭 그래야 할까?"라는 

책 p.051에서 이 책을 언급하길래 무슨 책인지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책 구성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는 "좋은 플롯이란 어떤 것인가"란 제목으로 

플롯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원칙, 등장인물과 플롯의 관계 등을 설명하며 

제2부는 "흥미와 박진감을 높여주는 스무 가지 플롯"이라는 제목으로 

추구, 모험, 추적, 구출, 탈출, 복수, 수수께끼, 라이벌, 희생자, 유혹, 변신, 변모, 

성숙, 사랑, 금지된 사랑, 희생, 발견, 지독한 행위, 상승과 몰락.

이렇게 총 20가지 플롯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책에서 설명하는 이야기 구조는 대부분 3막 구조(시작-중간-끝)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상당히 유익하게 읽은 책으로서 플롯에 대해 과거보다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고 다양한 플롯 유형들도 알게 되어 너무나도 좋았다.

이 책을 통해 플롯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소설, 영화, 연극 등 과거의 수많은 작품이 책에 예시로 수록되어 있는데 
워낙 오래전에 만들어진 작품들이 많다 보니
(예를 들어 고전부터 1930년~1980년대 만들어진 작품이라든지) 
예시 작품 중 95% 정도는 생전 처음 들어본 작품들이었지만 
번역가님이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대부분을 

주석(註釋)의 형태로 잘 설명을 해주셔서 무난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는 작품이 많았다면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책의 존재를 훨씬 더 일찍 알고 읽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도.


이러한 종류의 작법서들은 대체로 다양한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제대로 습득하려면 다독(多讀)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한 번만 읽고 다 기억하고 습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주의해야 할 점은 저자가 책에서 말했듯이 이 책은 "플롯의 복음서"가 아니며 

스무 가지 플롯이라는 것도 저자가 판단하기에 가장 공통적이라고 생각되는 

대표 플롯 스무 가지를 고른 것이기에 책 내용을 절대 진리처럼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 책의 목적이 작가들로 하여금 각각의 플롯이 제공하는 감각을 
느끼게 하려는 데 있다고 하니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독서해야 한다.


스토리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 "작가 지망생"이라면 책을 꼭 읽어보길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