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9일 토요일

스토리, 꼭 그래야 할까?




모든 작법서는 일종의 가이드이지 교과서가 아닙니다.

창작자가 어떤 유형의 작가인지, 어떤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어떤 플랫폼과 계약을 맺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요.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작법서와 달리 확신을 갖고 어떤 방향으로 달려가라는 이야기보다는 

멈춰 서서 자신의 작품을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를 하고자 쓰였습니다.




연습량이 적으면 능숙해지기 쉽지 않다.

자연히 어깨는 더욱 굳어 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이야기 창작에 접근하는 심리적 문턱을 낮추어야 한다.

그림 연습이 그렇듯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낙서하듯 가볍게 이야기를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알고는 있지만 쉽지 않다. 초행길을 혼자 가는 건 두려운 일이니까.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지만 

창작자의 길이란 레이스가 아니라 여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최단 거리의 직선 코스 외에도 의미 있고 아름다운 길이 있는 법이다.

그 길을 잘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떨리는 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도 있겠다.




많은 작가들과 연구자들이 작법을 연구하는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가급적 쉽고 편하게, 

상업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적은 루트를 정립해서 창작을 돕기 위함이지 

그 길을 따르지 않는 작가들을 매도하거나 배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가장 이야깃거리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시시한 장면에서 시작해도 됩니다.

당장 지금 쓰는 장면의 재미에만 집중해도 됩니다.

주제 의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진부하거나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말해 줍시다.

"괜찮아, 습작이야."

이야깃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것보다는 백배 좋은 선택입니다.




세상에 "누구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완벽하게 새로운 소재"는 

없음을 먼저 인정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집니다.

작가가 이야기 창작에 사용하는 재료는 작가가 지금까지 

듣고 보고 겪어 온 것들의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오죠.

작가는 이것들을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조합하고 변형합니다.

변형을 위한 재료를 먼 곳에서 데려올수록 기발하고 독특한 조합이 탄생하지요.

이것이 작가가 가능한 한 많은 분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독자가 예측하는 바를 예측하려면 

작가는 장르와 그 장르의 규칙들에 정통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안 읽어서 피할 게 아니라, 닥치는 대로 읽어서 

장르의 규칙을 모두 꿰고 있어야 비로소 변주도 가능하다는 의미일 테죠.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기존 작품과 비슷한 플롯만 떠오르는 것이 

어쩌면 너무 많이 읽어서가 아니라 아직 덜 읽어서 

충분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이지 않은 상태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장르에 속한 이야기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전혀 그 장르답지 않은" 플롯을 짜겠다고 다짐하는 건 어불성설 아닐까요.

더욱이 영향을 피하기 위해 다른 작가의 작품은 

아무것도 읽지 않겠다는 선언은 무모하고 오만하게까지도 느껴집니다.

읽지 않고 어떻게 장르를 알죠? 더 읽으세요.

각각의 이야기들이 지닌 서로 다른 미덕이 눈에 들어올 때까지 읽어 봅시다.




창작자에게 자기만족은 아주 중요한 요소랍니다.

좋은 재료가 좋은 물건을 만드는 법이고, 

스토리 창작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작가의 정신입니다.

작가의 애정이 깊고 의욕이 높을 때 창작 활동이 순탄하게 이루어집니다.




비난과 비판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다른 이의 작품에 예리한 비판을 하는 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닙니다.

다만 비판이 상대방과 상대방의 작품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해요.

(중략) 피드백을 하는 사람은 신뢰에 부응해야 합니다.

상대를 깎아내려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려는 목적의 피드백은 최악입니다.

(중략) 타인의 작품에 대해 피드백하기 전에는 나의 피드백이 정말로

상대에게 도움이 될지 한 번 더 고민하기를 권합니다.



- 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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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만화 스토리 작가이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만화콘텐츠스쿨의 

웹툰만화콘텐츠전공 교수인 양혜석, 문아름 님이 공동으로 쓴 책으로서 

웹툰, 웹소설 지망생들을 위한 스토리텔링 작법서이다.


스토리텔링 공부를 위해 읽은 책인데 처음 책을 알게 된 건 

2023년인데 2년이 지난 2025년 8월이 돼서야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이것은 1년 6개월 만의 독서였다.;;;

너무 오랜 기간 독서를 안 했다가 읽어서 그런지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책은 "발상 편, 구조 편, 장르 편, 캐릭터 편, 집필 편, 

연재 준비 편, 실전 연재 편, 아직 남은 이야기들" 이렇게 총 8개의 파트로 돼있으며 

웹툰-웹소설 작가들에게 58가지 질문을 받아 책 저자들이 답을 하는 형식이다.

정확히 58개인지는 세어보진 않았다.;;


이 책을 통해서 다른 작법서에서는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들을 배우게 되어서 매우 유익했다.
딱히 흠잡을 때가 없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내용이 좋았으나 
소소하게 흠을 잡자면 p.242~p.243에 5개의 QR 코드가 수록되어 있었다.

5개의 QR 코드는 각각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공정거래 종합상담센터, 경기콘텐츠진흥원, 

메타버스 상생협력지원센터, 한국만화가협회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코드였는데 

이 중에서 "공정거래 종합상담센터"와 "메타버스 상생협력지원센터"는 주소가 바뀐 건지 

QR 코드를 통해서는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었다.(2025년 8월 기준)

이 외에 책에 4컷 만화가 몇 편 실려있는데 내용이 재미가 없었다는 점.;;;


아무튼 웹툰, 웹소설 작가 지망생이라면 꼭 읽어보길 적극 추천한다.